위암으로 인해 위 전절제 수술 이후 먹었을 때 몸이 이상 반응을 일으키는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이 있습니다. 가족 중에 위 전절제 수술을 받은 사람이 있다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라 한번 공유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아직까지도 내가 위가 없어서 탈이 나는 음식이 바로 삼겹살입니다. 기름 끼가 조금 적은 앞다리살이나 목살 등은 크게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삼겹살은 찌게를 끓이든 구워 먹든 간에 바로 화장실로 직행하게 됩니다.
가끔 사람들과 만나거나 회식, 캠핑을 하면서도 먹는 대표적인 음식인데 이렇게 남들이 즐겨 먹고 많이 찾는 음식인 삼겹살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참 씁쓸합니다.
먹을 때는 맛잇게 먹을 수 있지만 금새 배에서 반응이 옵니다. 화장실로 가서 변을 보면 장 내부에 있던 모든 것들이 다 나옵니다. 그리고 물에는 기름 끼가 뜨는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겹살 뿐만 아니라 소고기도 지방이 많은 부분은 금방 신호가 옵니다. 이렇게 설사를 하는 게 무슨 큰일이냐고 생각 하실 수 도 있겠지만 위가 없는 상태에서 장으로 바로 내려간 음식이 이렇게 설사를 하고 나면 완전히 장이 비워지게 되는데 그럼 엄청나게 배가 고픕니다.
위가 있을 때는 위에서 음식이 천천히 분해되어서 장으로 내려 보내주는 역할을 해서 이런 급작스러운 공복이 바로 생기진 않지만 장으로 바로 내려가는 음식은 설사라도 하면 배가 바로 다 비워지고 허기가 지게 됩니다. 배가 고프면 또 음식을 급하게 먹게 되고 음식을 급하게 먹으면 또 설사를 하게 됩니다.
자주 이런 현상이 반복되다 보면 체력도 많이 떨어지고 장에 있던 다른 음식물까지 소화가 제대로 되지 않고 설사를 통해 배출하게 되어 영양분 섭취가 잘되지 않아 살도 빠지게 됩니다.
저는 위암에 걸리기 전에 매운 음식을 정말로 많이 좋아하고 즐겨 먹었습니다. 매운 국밥이나 매운탕, 그리고 매운 김치, 매운 청양 고추 등 정말로 모든 음식이 다 빨갛고 고추나 고춧가루가 들어가는 음식들 위주로 먹었습니다.
이런 매운 음식들이 당연히 위장에 좋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고 즐기는 음식이 매운 음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위 전절제 수술 후에는 매운 음식을 섭취하면 장이 바로 자극을 받으면서 복통과 함께 장이 꼬이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먹은 후에는 거의 당연하게 설사를 하게 됩니다.
그렇게 좋아하던 매운 음식을 이제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먹고 싶어도 참거나 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위 전절제 초기에는 정말로 입에만 대도 설사가 나와서 꺼려했던 매운 음식이 2년이 넘어가니 어느정도 소량은 먹어도 설사를 하지 않고 괜찮을 때도 있습니다.
아예 매운 음식을 못 먹는 게 아니라 이렇게 세월이 지나면서 점차 적응이 되고 있지만 아직도 심하게 매운 음식은 설사와 복통을 발생시킵니다. 위 전절제를 하신 가족이 있다면 매운 음식은 가급적으로 피하는 게 좋겠습니다.
저의 경우 이제 고춧가루가 들어간 김치도 조금씩 먹어도 탈이 나지 않고 있고 조금 매운 김치찌게나 고추가 들어간 된장찌게, 그리고 짬뽕도 어느정도는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되고 있습니다. 먹고 싶은 것을 조금이라도 맘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얼마나 큰 행복인지 모릅니다.
우유는 원래 먹어도 탈이 나지 않았었는데 위암으로 전절제 수술을 한 이후에는 조금씩 먹어도 설사를 하게 됩니다. 아마도 우유에 들어 있는 유지방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것도 고기의 지방과 마찬가지로 위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장으로 내려가면서 설사를 유발하는 걸로 보입니다.
저는 우유가 먹고 싶으면 두유를 먹습니다. 두유는 그래도 설사가 바로 나오진 않습니다. 맛은 덜하지만 그래도 빵이나 과자를 먹을 때 우유가 먹고 싶으면 대신 두유를 마시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위 전절제 수술 후 먹었을 때 설사를 유발하는 음식들을 제가 겪은 주관적인 경험을 토대로 정리해보았습니다. 세월이 지날수록 탈이나는 회수도 줄어들고 조금씩 증상도 완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과하게 먹으면 설사를 유발하게 되니 위 전절제를 하신 분들이라면 자제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극히 주관적인 이야기일 수 있고 어떤 분들은 먹어도 괜찮을 수도 있고 저랑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디까지나 제 이야기이니 참고만 하시면 좋겠습니다.
위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신경 써야 할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특히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이 살아가는데 중요한 요소인 영양분 섭취를 하는데 있어서 이렇게 어려움이 생기게 될 수 있으니 어려움이 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세월이 지날수록 소화기능도 조금씩 올라가고 설사나 탈이나는 정도도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 5년쯤 지나면 더욱 일반인처럼 살 수 있지 않을까 희망도 생깁니다.
포기 하지 마시고 꿋꿋하게 살아 나가시길 바랍니다. 정말로 힘든 일의 연속이고 자기와의 싸움이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쓸쓸하고 외로운 마음 드신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보기에 멀쩡해 보이고 잘 이겨내고 있는 것으로 보이겠지만 생각보다 환자 본인이 겪는 괴로움이 클 수 있으니 옆에서 따뜻한 말 한마디 응원의 한마디 해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