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에 걸린 사람은 생각보다 엄청난 고통을 겪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수많은 고통 속에서도 체중 감소로 인한 신체의 변화와 몸을 위해 열심히 운동을 하게 된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정말 엄청난 체중 감소를 가져오게 됩니다. 저는 키가 180 후반으로 큰 편인데 위암에 걸리기 이전 85킬로그램 정도의 몸무게를 유지하였습니다.
하지만 발병 후 전절제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 후 제대로 된 영양 섭취와 흡수를 할 수 없었기에 체중이 크게 줄었습니다.
수술 후 6개월도 안되서 85킬로였던 몸무게가 65킬로까지 20킬로 정도가 감소하였는데 정말 살이 순식간에 빠졌고 평생 유지하던 몸무게가 단기간에 줄어드니 조금만 힘이 들어도 어지럼증이 생길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떨어진 체력으로 인해 본업도 할 수 없었고 면역력 저하로 대상포진이 왔을 정도로 크게 몸이 약해졌습니다.
나이가 40대이고 평생 꾸준히 운동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크게 체력이 떨어지는 걸 보고 위가 영양분을 흡수하는데 도움을 크게 주는 장기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일단 체중감소로 인해 힘을 쓰는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체력적으로 힘들었고 면역력도 많이 떨어져서 참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는데요. 첫번째가 바로 다이어트 효과입니다.
몸속에 들어오는 영양분은 입에서 치아에 의해 잘게 부스러지고 다시 위에서 위산에 의해 어느 정도 녹여지면서 소량 씩 장으로 내려가게 되는데요. 위가 없으니 위산이 나오지 않게 되면서 입에서 잘게 부서진 음식은 바로 장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장에서 음식을 흡수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음식물이 잘게 분해되어야 흡수가 될텐데 그렇지 않은 경우 장에서 흡수가 되지 않고 설사를 하거나 바로 탈이 나면서 복통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이런 힘든 일이 생겼지만 위암 발병 후 3년이 다되어가면서 현재는 그렇게 조심스럽게 음식을 섭취하거나 노력하지 않고 위암 초기처럼 섭취해도 좋은 변이 나오면서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원하는 만큼 음식을 섭취해도 몸무게가 생각보다 늘지 않아서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부담 없이 먹고 있습니다. 살이 찔까봐서 먹지 못하는 일은 없으니 그 부분은 긍정적인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담당 의사분도 살이 찌지는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하더라도 다행이라고 하시더군요. 그만큼 살을 찌우기 힘들단 얘기입니다. 먹고 싶은 것 찾아서 먹고 너무 부담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최대한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삶의 재미니까요.
또 다른 긍정적인 부분은 역시 위암 수술을 한 후 사회생활의 변화가 있습니다. 아프기 전에는 가정에 소홀하고 술자리도 자주 가지고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살았고 그 결과가 지금의 건강 악화라고 생각됩니다. 아프고 난 이후 사회적으로 크게 위축되었지만 예전처럼 술을 마시고 사람을 만나는 횟수를 줄이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정말 미래에 대한 대비와 가족의 안위를 위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수술실로 들어가던 그 순간 마취를 하기 직전까지 이제 끝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 그리고 차가운 수술 침상에서 깨어났을 때 멈춰 있던 폐로 숨을 들이 마시기 힘들어서 꺽꺽대던 그 순간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다행히 수술이 잘되었고 눈을 떴다는 것에 안도했었지요..
제가 없다면 여우같은 와이프와 토끼같은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지 안봐도 짐작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운좋게 수술이 잘되었고 위가 없어졌지만 지금은 정말로 가족을 위해 헌신하고 여생을 더욱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암이 걸린 순간부터 가졌던 현재까지의 방탕한 삶에 대한 후회, 그리고 남겨진 이들이 슬퍼하는 모습, 미래가 암울해진 가족들, 그 모든 걱정들과 과오를 다시 태어난 사람과 마찬가지로 깨닫고 느끼게 되었고 노력하며 살 조그만 힘이라도 남아 있다는 것을 감사하게 되었습니다.
영원할 줄만 알았던 젊음이 유한하고 몸이라는 껍데기도 영혼을 담는 소중한 그릇이라는 것을 깨닫고 건강이라는 당연한 조건이 무너질 때 인생에 어떤 큰 위기가 닥치는지 확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떨어진 체력으로 조금만 운동을 해도 머리가 어지럽고 몸이 많이 피곤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소중한 자산이 몸이라는 것을 정말 확실하게 깨닫게 되었기에 조금이라도 더 움직이고 운동을 해서 몸의 체력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사실 지금까지 몸매나 가꾸려고 팔굽혀펴기만 하는 정도로 살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매 순간 생과 사의 줄다리기를 하는 중요한 인생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건강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수영과 러닝 헬스 등을 병행하고 있고 아주 조금씩 체력이 올라오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단단해지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내가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과연 이렇게 다이나믹한 변화를 주고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과 태도가 바뀌었을까요?
공기처럼 당연하다고 여기고 받아들이던 사람이 공기가 없이 3분도 버티지 못하듯이 당연하게 건강하게 살았지만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았던 자신을 돌아보게 됩니다.
정말로 건강은 중요한 부분일 것입니다. 별 볼일 없는 제 생각이지만 암으로 인해 고통 받는 분들과 그 가족 분들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