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전절제 수술로 위가 없어지면 생기는 일

저는 21년 10월 위암 초기 진단을 받고 전절제 수술을 진행하여 위를 잘라내었습니다. 이렇게 평생 있던 몸의 일부가 없어진다는 건 상상이 잘 안될텐데요. 경험자의 입장에서 위가 없다는 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드리겠습니다.

 

위 전절제 수술

암에 걸리게 되면 암 부위만 도려내는 방법이 있고 아예 위 전체를 제거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이는 의사의 견해에 따라 다르고 환부에 따라서 결정되기도 합니다. 보통 위의 상부에 암세포가 발견되면 위 전체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가 많고 위의 하부라면 위의 일부만 제거하기도 합니다.

저를 담당하셨던 의사선생님의 견해에 따라 위암이 위의 상부에 위치하고 있고 일부를 잘라내어도 어차피 위의 기능을 상실하게 될 것이고 오히려 재발이나 전이 등의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하셔서 위 전체를 제거하는 수술을 진행하였습니다.

 

위 제거 후 변화

음식물 소화

위가 제거 된 후 처음에 만나게 될 문제는 역시 음식 소화의 문제입니다. 평소에 그냥 대충 씹어서 삼켰던 음식물을 이제는 100번 씩 꼭꼭 씹어서 침과 고루 섞여서 소화를 원활히 시킬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합니다.

참 희안하게도 음식을 정말로 100번 씩 씹으면 음식의 맛이 별로 없습니다. 우리가 평소에 음식을 꼭꼭 씹지 않고 넘기면서 음식의 간에만 집중하고 살았던 것인지 오래 씹으니 맛있다는 느낌보단 그냥 오묘한 맛이 납니다.

음식 섭취

회나 초밥같은 음식을 참 좋아했었던 저는 위가 위산으로 우리 몸에 섭취되는 많은 독소나 위해 성분을 녹여서 장으로 내려주는 역할을 하는 장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무래도 불안감으로 생음식은 섭취가 꺼려지게 되더군요. 혹시라도 회를 먹었을 때 기생충이나 각종 위해 성분이 분해되지 않고 몸에 들어갈가봐 두려운 맘이 자꾸 생깁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사분께 물어보니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많이 먹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시더군요.

덤핑증후군

또한 음식을 꼭꼭 씹지 않고 삼키거나 대량으로 섭취하면 덤핑증후군이 생기게 됩니다. 위가 없어서 바로 음식물이 소장으로 내려가게 되고 소장에서는 위에서 분해되지 않은 음식을 바로 흡수하면서 단음식을 먹으면 인슐린 과다분비가 되고 저혈당 쇼크가 오구요. 어느 때는 손 발이 떨리고 식은 땀이 나게 되기도 합니다.

덤핑증후군은 경험해보시면 정말 당황스러우실텐데요. 이게 운전을 할 때 빈혈이나 쇼크가 올 수도 있어서 항상 달달한 음식을 준비해서 다녀야 합니다. 초기에 이런 정도가 심하기 때문에 여간 고생스러운 일이 아니예요.

음식 간의 변화

위가 없어지고 난 후 간이 쎈 음식을 먹으면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게 되었습니다. 조금만 자극적인 매운 음식이나 짠 음식을 먹으면 몸이 힘들어하더군요. 간이 안된 음식을 권유하는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음식의 간이 약하면 정말 삼키기가 힘들어집니다. 우리가 침이 잘나오고 잘 삼킬 수 있는 건 음식의 간이 잘 맞기 때문이라는 것을 몸소 느꼈습니다.

설사와 복통

이렇게 위가 없으면 평소에 즐겨 먹던 지방이 들어간 고기나 자극적인 음식들은 바로 설사로 이어지구요. 설사를 하고 나면 거의 섭취한 모든 음식이 다 비워지면서 바로 허기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살을 찌우기란 여간 어려운 일일텐데요. 살이 정말 쭉쭉 빠지는 걸 경험하실거예요.

대상포진 발병

영양 섭취가 안되고 체중이 줄어드니 조금 움직이면 헥헥대고 몸이 힘들어집니다. 그리고 우리가 마주하는 대상포진.. 대상포진은 나이든 분이나 못먹고 영양섭취를 못하는 사람에게 나타날 수 있는 면역력 감소가 가져오는 병이라고 생각하셔도 되는데 저도 걸렸습니다.

초기에 대상포진을 발견하면 치료가 수월하지만 치료가 늦어지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게 되요. 정말 맥박이 뛸 때마다 뒷통수에 번개가 치는 그 고통은 겪어보시면 놀라실거예요.

다행히 저는 우연히 쇄골을 누르니 너무 아파서 병원에 통증이 시작되자 마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처방 받아 치료를 하여 극심한 고통을 오래 겪진 않았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심한 고통은 아직도 머리털이 설 정도로 떠오릅니다.

비타민 B12 평생 복용

비타민 B12는 위가 있으면 자동으로 섭취하던 영양소인데요. 위가 없으면 위에서 내인성 인자라는 물질이 나오지 않아서 비타민 B12의 흡수가 불가능해집니다.

비타민 B12가 부족해지면 적혈구의 부족으로 빈혈과 피로 등의 여러가지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B12가 부족하면 말초 신경이 손상되거나 인지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고 우울증 등의 신경계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고 합니다. 감기약도 귀찮아서 안먹던 저는 평생 비타민 B12를 먹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 아닐 수 없네요.

각종 영양제 복용

수술 후에는 체력이 많이 떨어지기 때문에 비타민 b12뿐만 아니라 종합비타민제나 유산균 등 보조 영양제를 복용하는 것을 추천받게 됩니다. 그렇게 먹는 영양제가 많아지게 되지요. 비타민b12 말고는 꼭 먹어야 하는 영양제는 아니지만 몸이 약해지는게 몸소 느껴지기 때문에 스스로도 찾게 되요.

체중감소로 급 노화

위암 수술 후 거의 20KG정도의 체중 감소가 되었는데 얼굴 살이 정말 안스러울 정도로 빠지고 살이 빠지니 주름이 엄청나게 생기더군요. 누가 봐도 마르고 나이든 사람처럼 보일거예요. 위암 수술 한 후에 안타깝지만 10년은 늙은 사람처럼 보입니다.

당연히 자신감도 많이 떨어지고 우울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우울증을 극복하는 것도 위암 수술 이후 해야 할 일이네요.

면역력 감소

평소 잘 걸리지 않았던 감기가 툭하면 걸립니다. 일 년 동안 8개월은 감기를 달고 살 정도로 체력이 떨어지니 면역력도 떨어지네요. 항상 마스크를 써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참 답답합니다. 물론 체력이 높아지면 어느 정도 개선이 될 것으로 보이고 운동과 음식 섭취도 잘하면 조금 씩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골다공증

아직까지 겪진 않았지만 위 수술 후 몇 년이 지나면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영양분 중에 칼슘의 흡수가 잘 되지 않아서 생기는 증상 같은데요. 칼슘이 다량 함유된 유제품이나 치즈, 요구르트 등의 음식과 뼈 째 먹는 생선이나 갓, 고춧잎 등의 야채도 잘 먹어야 골다공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칼슘을 흡수하는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D는 청어, 참치, 꽁치, 멸치 등과 계란 노른자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고 합니다. 햇빛을 쬐도 비타민D 흡수가 가능하니 일광욕도 필요해보입니다.

경제적 어려움

암 보험이라도 있다면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몇 천 정도의 보험금은 혼자라면 모를까 가족이 있다면 1~2년 정도면 거의 모두 소진하게 됩니다. 이렇게 돈을 쓰고 나면 진짜 고통의 시간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생각보다 어떤 일을 한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우울증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경제적으로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는데도 어려움이 많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일을 겪다보면 위가 없다는 것보다 더욱 큰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게되는데요. 저는 그런 상황이 생각보다 받아들이기 쉽지 않고 힘들어서 결국 정신과를 찾아 상담을 받았습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나뿐만이 아니라 가족과 주위 사람들에게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꼭 상담과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저도 상담을 하고 우울증 약을 복용하면서 조금씩 나아지는 것을 경험하였습니다.

 

맺음말

위가 없음으로 인해서 생기는 많은 불편함을 공유하여 혹시나 주위나 가족들이 위암 수술을 하셨다거나 위가 아프다면 간접적으로라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실 수도 있도록 간략히 정리하여 보았습니다.

신체적인 문제가 정신적으로도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위암을 겪으신다면 옆에서 조금 세심하게 챙겨 주셨으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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