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전절제 수술 후 기간별로 보는 몸과 마음의 변화

저는 초기 위암으로 위 전절제 수술을 진행하였고 현재 2년정도 지난 시점에서 느끼는 과거 수술 이후의 몸의 상태와 심리적인 변화에 대해서 개인적인 의견을 공유하려 합니다. 위 전절제 수술을 진행하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위 전절제 수술 후 몸의 상태

수술 직후

수술 실에서 깨어난 후 일주일은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게 되는데요. 수술 시간이 3시간 가까이 걸리기 때문에 수술 직후에는 위의 고통보다는 폐가 수축되어 있는 상태라 숨을 들이마실 때 굉장한 고통을 느끼게 됩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반복하며 수축된 폐를 안정화 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위는 고통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링거를 통해 진통제를 맞게 되고 고통이 심할 때는 추가로 투약할 수 있는 별도의 진통제가 있어서 버튼을 누를 때마다 조금씩 투약되어 고통을 줄일 수 있게 됩니다. 저는 이 진통제가 고통이 너무 심할 때 말고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아주 소량만 사용하였습니다. 따로 제공되는 링거에 투입되는 이 진통제를 사용하면 통증은 줄일 수 있겠지만 혹시라도 부작용이나 다른 문제가 생길까봐 많이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수술 후 3일

수술하고 첫날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고 이틀째부터 아주 소량의 죽을 먹었습니다. 혹시나 위 절제한 부위에 상처가 덧나거나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는 시기라서 음식도 아주 조심스럽게 섭취를 해야 했는데요. 사실 통증도 있고 심리적으로 많이 힘든 시기라 식욕도 크게 없어서 많이 먹으라고 해도 먹지 못합니다.

 

수술 후 일주일

병원에 있는 동안 장의 유착을 막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걷기 운동을 추천하는데요. 이 때 식후에 열심히 걷는 운동을 하게 됩니다. 병원 복도를 걸으면 위부위에 고통이 있지만 걷지 않으면 더 큰 문제가 생길까 봐 정말 열심히 운동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위 전절제 환자는 일주일이 입원기간이고 이후에는 퇴원을 하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집에서 식단 관리와 건강관리를 해야 합니다.

수술 후 한달

퇴원을 한 후 집에서 지내며 운동도하고 밥도 먹고 건강을 회복하기 위해 참 많은 노력을 했던 시기입니다.

어느 정도 적응되었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조금만 밥을 급하게 먹거나 거친 음식을 먹으면 갑자기 식도와 위 부위가 턱 막힌 느낌이 들어서 식사를 멈추고 밖으로 나가 또 열심히 걷고 그러다 괜찮아지면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렇게 소량만 음식 섭취를 하게 되고 조금 많이 먹거나 조금 기름진 음식을 먹거나 맵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먹으면 설사를 하게 되고 화장실을 들락거리게 됩니다.

설사를 하고 나면 또 몸 속의 모든 것이 비워진 듯 허기가 생깁니다. 위가 없으니 음식을 먹으면 바로 장으로 내려가는게 느껴집니다. 윗배는 부르지 않고 항상 복부 중간쯤이 금방 불러 오는게 느껴지더군요.

그리고 제 몸무게가 위 수술 전 85킬로였는데 수술 후 잘 못 먹고 영양분도 잘 흡수되지 않아 거의 65킬로까지 25킬로 정도로 체중이 줄어들게 됩니다. 거울을 보면 겨우 서있는 깡마른 인간이 마주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내 자신이 불쌍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지방이 줄어드니 주름도 생기고 얼굴도 푸석하고 정말 아픈 사람이 따로 없습니다.

이런 몸의 상태는 내가 정상인이 아니고 위가 없는 사람이란 걸 문득 문득 깨닫게 해줍니다.

이 시기에 위가 없는 상태에서 처음 겪는 일들을 많이 겪게 되고 위가 없는 상태의 몸에 대해서 점점 알아가게 되는데요. 여러가지 변화가 찾아옵니다.

한번은 닭을 삶아 먹었는데 꼭꼭 씹는다고 씹었는데도 먹고나서 숨을 들이마시기 힘들 정도로 목이 막히고 답답한 느낌이 들어서 걸어도 보았지만 체한듯이 내려가지 않고 얼굴은 창백해지고 정말 온가족이 걱정하며 응급실로 향한적이 있습니다. 집에서 아산병원까지 2시간 거리인데 방법이 없어서 일단 차를 몰고 응급실로 향했습니다.

도착하니 링거를 맞고 그냥 침상에서 기다렸는데 의사 선생님도 별다른 방법이 없다며 경과를 보자고 해서 그냥 그렇게 6시간 정도 누워서 기다리니 조금씩 진정되고 체끼가 없어지더군요.

첨이라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무언가를 먹을 때 전보다 더 신경 써서 꼭꼭 씹어 먹는 계기가 되었고 잘 분해되지 않는 음식은 피해서 먹게 되었습니다. 진짜로 직접 이 상황이 되면 꽤 공포심이 생길 정도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위가 없으니 생기는 일이 또 있습니다. 바로 덤핑증후군인데요. 음식이 위가 없으니 소장으로 바로 흘러 내려가면서 흡수되면서 식은땀이나 빈혈 등의 이상 증상이 생기기도 합니다.

음식을 먹는데도 아주 조심스럽게 되고 섭취할 때도 꼭꼭 씹어야 하고 소량만 먹어도 금방 배가 불러지는데 또 화장실 한번 가면 배가 고파지는 위가 없어서 생기는 변화들이 참 많습니다.

또한 이 시기는 신체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많이 힘든 시기입니다.

‘내가 왜 아파야 했는지 암은 왜 걸린 건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가족은 어떻게 건사해야 할지..’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듭니다.

이 시기를 잘 견디면 조금씩 신체적 정신적으로 회복되며 체력도 올라가고 정신력도 올라가게 됩니다. 위를 잃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며 천천히 미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얻게 되며 열심히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수술 후 세 달

이 시기쯤 되면 뭘 먹었을 때 설사가 나오고 덤핑증후군이 생기는지 혹은 혈당이 높아져서 갑자기 식은땀이 흐르는지 감이 잡히는 시기입니다.

위가 없는 상태에서 과하게 당을 섭취하면 덤핑증후군과 마찬가지로 소장에서 바로 흡수하기 때문에 갑자기 높아진 혈당으로 인슐린이 과하게 분비되고 과하게 분비된 인슐린으로 인해 또 저 혈당 쇼크 비슷하게 어지럼증이 생기고 식은땀이 나는 현상도 생깁니다. 참 겉으로 보기엔 멀쩡하지만 이렇게 당사자는 위 전절제 수술후에 끊임없이 스트레스가 따라오게 됩니다.

근데 웃기는 점은 이렇게 당이 높은 음식을 먹어도 어떤 음식은 이런 저혈당 쇼크가 오지만 또 어떤 음식은 안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단 밥을 먹은 후에 단 음식을 먹으면 쇼크 증상이 조금 적게 생기고 빈속에 아이스크림, 과일, 과자 같은 당이 높은 음식을 먹으면 정말 심각하게 쇼크가 옵니다.

그리고 기름 끼 있는 음식은 시간이 지나도 설사를 부르게 되는데요. 특히 삼겹살은 먹자 말자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나오더라구요. 고기가 정 먹고 싶으면 지방이 적은 목살이나 앞다리살을 먹습니다. 위가 없으니 지방이 그대로 내려가게 되는 듯 합니다.

그런데 분명히 세 달, 네 달 시간이 흐르면서 원래 조금만 먹어도 문제가 되던 음식도 조금씩 섭취가 가능해지고 몸의 이상반응도 조금씩 줄어들게 됩니다.

몸이 회복되면서 답답한 마음을 떨치기 위해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힘들었는지 캠핑을 시작한지 몇 주만에 대상포진이 와서 또 고생하게 됩니다. 캠핑을 다녀와서 딸아이가 안기면서 가슴위 쇄골을 누르는데 이상하게 통증이 와서 이상하게 생각했는데 하룻밤 자고 났더니 뒤통수와 어깨까지 움찔거리면서 통증이 생깁니다. 정말 너무 아프더군요. 바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고 약을 먹고 가까스로 대상포진을 극복하는데 일주일 이상이 걸렸습니다.

몸이 면역력이 약해지고 잘 못먹고 흡수도 안되니 체력이 떨어지게 되고 그 상태에서 조금만 무리해도 대상포진같은 병도 발생하게 됩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들이 생기면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수술 후 일년 이후

일년 정도 지나니 그렇게 힘들고 위가 없어서 괴로웠던 몸이 어느정도 먹을 것 안 먹을 것 가려서 먹게 되고 어떤 음식이 맞는지 맞지 않는지 파악하게 되고 거의 일반인처럼 먹고 싶은 것 먹고 평범하게 살 정도로 몸은 괜찮아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과하게 먹거나 기름 끼가 많은 음식을 먹으면 배가 아프고 설사가 지속되었습니다. 천천히 꼭꼭 씹어서 먹는 것을 생활화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여야 하는 시기입니다.

저는 먹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 싫기도 하고 의사선생님도 특별히 보양식이나 몸에 좋다는 음식을 찾아서 먹지 말고 먹고 싶은 음식 먹고 일반적으로 먹는 음식들 다 가리지 않고 먹어도 된다고 얘기 하시더군요.

위가 없다고 해서 너무 가리지 말고 내 몸에 맞는 음식이 무엇인지 이것 저것 먹어보며 데이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저는 술을 못 마시니까 무알콜 맥주를 찾아서 아주 가끔 먹었는데 큰 문제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탄산 자체도 위가 없는 상태에서 마시니 장에 자극을 줄 수 있어서 추천 드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이렇게 맥주음료수라도 먹으면서 즐거운 시간이 보내고 싶은 시기가 옵니다.

저는 커피가 좋지 않은 줄 알았지만 먹고 싶은 건 가리지 않고 먹어도 된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씀에 캔커피를 자주 먹었습니다. 이상하게 배가 불편하다가도 캔커피를 마시면 어느정도 안정이 되고 복통이 줄어드니 심리적으로도 의지를 하게 되더군요.

하지만 의사선생님도 너무 과하게 먹진 말라고 하셨습니다. 정상인에게도 커피는 카페인도 들어가 있고 별로 좋지 않은 걸 알지만 이걸 자꾸 먹게 되어 큰일이네요.

하지만 이제 2년정도 지난 시기라 정답이라고 말할 순 없을 것이고 나중에 어떤 결과를 초래할 진 모르기 때문에 뭐든 과하지 않게 조심해서 먹어야 하겠습니다.

저처럼 위암 초기에 전절제 수술을 하게 되면 5년 생존율이 90%이상으로 높다고 합니다. 정말로 다행인 일일 것이고 저보다 더 많이 아픈 분들이나 3기 4기까지 진행된 분들에 비하면 정말 불행 중 다행이겠지만 안심할 정도는 아니고 꾸준히 건강 관리를 해야 하겠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이지만 신체기관 중 중요한 기관인 위가 없다는 것은 생각보다 불편하고 힘든 일이 많이 있습니다.

이렇게 간단히 정리해봐도 정상인의 삶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가족이 힘들어하지 않게 아픈 내색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노력을 하다가도 문득 떨어진 체력과 약해진 마음으로 가족들 모르게 울기도 합니다.

암으로 위를 잃게 되었지만 남은 인생이 아주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포기하지 않으면 길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위암으로 고생하시는 여러분들이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혹시나 가족 중에 위암으로 전절제 수술을 한 분이 있다면 옆에서 잘 살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겉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당사자는 생각보다 많이 힘들 것입니다. 가족의 사랑과 관심이 또 열심히 살아갈 의지를 키워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