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생으로 위 전절제 수술을 진행한 후에 신체적 문제 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많이 힘든 시기였는데요. 담당 의사분도 정신적인 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정신과 전문의와 상담을 했던 계기와 경험을 정리해보겠습니다.
1. 위암 전절제 수술
속쓰림으로 찾았던 병원에서 내시경 검사를 통해 위암 진단을 받고 아산병원에서 위 전절제 수술을 받게 되었고 현재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났습니다. 위암이 발생하게 되면 신체적인 문제만큼 커다란 문제가 생기는데 그게 바로 정신적인 문제입니다. 적극적인 정신과 진료와 상담을 통해서 정신적인 안정을 찾기 위해서 노력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2. 위암 수술 직후 심리
위암으로 위를 제거하는 위 전절제 수술을 받고 나면 신체 기능이 저하되고 음식 섭취와 영양분 흡수가 되지 않아 체력이 떨어지고 신체적으로 많이 약해집니다. 하지만 약해진 신체 만큼이나 정신적으로도 아주 약해지게 되는데 이게 진짜 무서운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앞으로 약한 몸으로 가족을 먹여 살릴 걱정, 생업을 어떻게 유지할 지에 대한 걱정, 약해진 신체로 인해 재정적 문제와 자신감 저하 등 온갖 걱정과 불안에 시달리게 됩니다.
3. 보험금
위암에 걸리기 전 보험에 가입이라도 했다면 한동안은 숨을 쉴 여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고 보험금은 생각보다 빠르게 소모되고 몇 년 동안 생업에 영향을 받으면서 수입이 줄어들면서 보험금 만으로 감당하기 힘든 시기가 오게 됩니다. 보험금을 믿고 안일하게 대비한다면 정말 저처럼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4. 정신적 고통
이런 상황에서 점점 어려워지는 경제적 신체적 문제들과 함께 정신적으로 살아가야 할 이유에 대한 의문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정말 웬만큼 멘털이 강한 분이 아닌 이상 열심히 살아오던 인생에서 위암이라는 큰 위기가 찾아오고 나서 대수롭지 않게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라 생각해요. 정말로 생각보다 힘들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기 때문에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됩니다. 의사 선생님도 정신적인 고통에 대해서 공감해주시면서 제 아내에게 “남편이 정말로 많이 힘들 수 있으니 옆에서 많이 위로해주고 마음을 편하게 해주라고” 몇 번을 반복해서 강조하셨어요.
5. 나쁜 생각
어려운 상황 속에서 저는 가족을 위해서 일을 해야 했고 당장 제가 원래 하던 일을 할 수 있는 체력이 안되었기 때문에 온갖 부업을 찾아서 닥치는데로 해보았지만 수입은 적고 생각보다 큰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어요. 이 시기에 경제적으로 말할 수 없이 궁핍해졌는데 그 과정에서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들었습니다. 자세히 설명해봐야 좋지 않은 기억이라 떠올리기도 싫지만 이 당시에 이제 세상에 나온 아이가 떠오르며 겨우 진정되었던 기억이 있어요.
6. 심리 상담
결국 온갖 압박과 심리적 불안으로 안좋은 생각까지 하던 저는 제 수술을 담당해주셨던 교수님의 권유로 정신과 상담을 받게 됩니다. 정신과 상담을 받는다고 해서 내 인생의 제정적 문제나 제 신체 능력 저하를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꼭 받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지금 당장 뭔가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위암 이후 무너진 신체와 정신을 바로 잡고 앞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정신 치료를 받는 것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7. 심리적 안정
정신과를 찾아서 상담을 받게 되는데요. 처음에 설문조사 형식으로 현재 심리 상태를 파악 하기 위한 여러가지 문항에 대한 답을 체크하게 됩니다. 정확히 체크하고 나면 의사와의 면담을 진행하게 됩니다. 제가 체크한 문항에 대해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고 여러가지 심리적 상태를 확인하게 됩니다.
8. 인정
이 때 이야기를 나누면서 제 자신을 많이 돌아보게 되는데요. 일단 위암이라는 위기가 내 인생에 일어났고 그 위기로 인해 다른 고통들이 많이 따르게 되었다는 걸 인정하게 됩니다.
인정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한 심리인데요. 대부분 위암이 확정되고 수술을 받아도 내가 어떤 큰 어려움에 처했는지 어떤 상태인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살아가며 체력적 재정적 어려움에 처하면서 점점 내가 보통 사람이 아니고 아주 많이 어려움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점점 젖어 들듯이 깨우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상실감과 무력감 두려움 등이 온 몸에 퍼지게 됩니다.
하지만 이걸 받아들이지 못하면 앞으로 나아갈 용기도 여력도 남지 않게 되더라고요. 제 경우에는 심리 상담을 하면서 의사에게 뭔가 해답을 얻은 것이 아니라 상담 자체를 통해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받아들이고 현재 상황에 대해 인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인정하는 계기가 있어야만 현재 상황을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9. 정신과 약 복용
심리적으로 나 자신을 받아들이는 계기로서도 정신과 치료가 매우 성공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방해준 약이 불안함과 불면증 등을 겪던 저에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정신과 약을 먹는다고 심리적으로 불안감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확실히 좀 더 안정된 정신과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어 도움이 되었어요. 잠도 못 자는 불안함을 어느 정도 줄여 주었습니다.
10. 정신과에 대한 거부감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하는 정신과 치료와 약물 치료 등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대부분 진짜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거나 일반적이지 않은 심리 상태를 보이는 사람들이 찾는 곳이라고 표현되거나 그런 사람들이 먹는 약이 정신과 치료제라고 각인이 되어 있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하지만 현대 사회는 온갖 스트레스와 정신적 불안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일반인 누구라도 심리적 정신적 치료를 통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정신적 고통을 받는 환자나 가족이라면 더욱 정신과 상담을 통해서 심리적 정신적 안정을 찾을 수 있다면 무조건 가셔서 치료를 받으셔야 한다고 생각해요.
결론
저는 정신과 치료를 현재는 받지 않고 있습니다. 한동안 정신과를 찾고 의사와 상담과 약 복용을 통해서 정신적 안정을 찾게 되었고 문제는 제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국 극복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결론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불현듯 암이라는 위기가 찾아왔고 그걸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였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살아가게 되기까지 수 많은 고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런 고통 속에서 결국 제가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였어요. 그 결론을 얻기까지 몇 년이 걸렸지만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려 합니다.